여름이 시작되기 직전의 이 시기에 나는 화면마다 푸른 바다와 한 시절의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을 모아 보았다. 먼저 레옹은 29살에 연출한 뤽 베송의 영화로, 실존 인물 자크 마욜의 삶을 모티브로 삼아 그가 바다로 돌아가야 했던 이유를 푸른 화면과 돌고래의 움직임으로 설득해버린다.
육지는 잠시 머무는 곳에 불과했고, 사랑하는 조안나가 남겨둔 채 깊고 어두운 수면 아래의 고요가 그를 끌어당긴다. 지중해의 끝없이 펼쳐지는 푸름과 에릭 세라의 몽환적 음악이 이 영화를 또렷하게 만든다.
다음으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연상시키는 1986년작 스탠바이미를 들려준다. 1959년 여름을 배경으로 소년들이 행방불명된 친구의 시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, 시간이 흐른 뒤 어른인 내가 보아도 잊히지 않는 추억의 한 조각이 된다. 반면 기쿠지로의 여름은 돈을 벌러 도시로 간 엄마를 찾아 떠난 아홉 살 마사오와 전직 야쿠자의 동행이 빚어내는 잔잔한 여정이다.
히사이시 조의 Summer가 흐르는 이 영화는 서정적으로 다가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성인인 나에게 되돌려주는 듯하다.또 다른 축으로는 파리의 황금시대를 다룬 길의 이야기다.
남자 주인공은 현재를 살아내며 1920년대의 뮤즈 아드리아나를 동경하지만, 그녀 역시 그 시대를 시시하게 여기고 벨 에포크를 갈망한다. 결국 누구나 꿈꾸는 황금시대는 ‘지금이 아닌 어떤 때’임을 깨닫게 된다. 1,700만 달러로 제작되어 전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거둔 우디 앨런의 파리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현재를 살라는 조용한 메시지를 남긴다.
마지막으로는 기타노 다케시의 여름작으로, 이 영화는 거의 대사가 없으며 청년 시게루와 다카코의 관계를 파도 소리와 함께 담아낸다. 두 사람이 나란히 보드를 타고 걷는 장면들에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온다.
이 조용한 바다는 일상 속 소음에 지친 이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와, 보는 이의 마음을 잠시 가라앉게 만들고 여름의 여운을 오래 남겨준다....